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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장내 세균과 뇌발달, 스트레스와의 관계

by 행복한 dreamer 2024. 1. 24.

장내 세균과 뇌발달의 관계

장내 세균은 뇌발달과 행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걸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장내세균이 생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낸 것은 스웨덴 캐롤린스카 연구소와 싱가포르 게놈 연구소의 연구팀이었다. 그들은 먼저 정상적인 장내세균을 지낸 보통 생쥐와 장내세균이 전혀 없는 무균생쥐를 준비한 후 각각의 성장 과정을 관찰했다. 그 결과, 장내세균이 없는 무균생쥐는 성장하면서 점차 공격적인 성향으로 변하여 위험한 행동을 할 때가 많아졌다. 

두번째 실험에서는 장내세균이 없는 생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성장 초기에, 다른 그룹은 성장이 완료된 후에 장내세균을 주입해 보았다. 그러자 성장 초기에 장내세균을 주입한 생쥐는 보통 생쥐와 같은 행동을 보였지만, 이미 성장한 후에 장내세균을 주입한 생쥐는 장내세균을 아예 주입하지 않은 생쥐와 마찬가지로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띠었다. 실험 결과를 통해 연구팀은 장내세균이 초기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이 생쥐의 실험으로 볼 때, 성장 단계 중 어느 특정한 시기에 장내세균이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장내세균은 세로토닌, 도파민 등 뇌 전달물질뿐 아니라 뇌 신경세포의 시냅스 기능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무균생쥐의 경우 뇌의 변화를 조사했더니 불안이나 감정을 다스리는 것과 관련된 세로토닌, 도파민과 같은 뇌내 신경전달물질의 양이 현저하게 적었다. 이러한 실험 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은 장내세균이 신생아의 뇌 발달에 관여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도파민은 필수 아미노산인 페닐알라닌이 없으면 합성되지 못하며, 세로토닌 역시 필수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을 음식으로부터 섭취해야만 생성된다. 그러나 이들 아미노산이 풍부한 육류를 아무리 많이 먹더라도 뇌에는 여전히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부족할 수 있다. 그건 장내세균만이 이 행복물질의 전구체를 합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장내세균이 부족하면 신경질적이고 예민해질수 밖에 없는 게 당연하다. 

인간의 장은 대뇌에 필적할 만큼의 신경세포를 지녀 제2의 뇌로 불리기도 한다. 이는 우리 뇌가 장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의 사고력은 어떤 면에서는 두뇌 못지않다. 뇌는 식중독균이 들어 있는 음식일지라도 일단 먹으라는 지시를 내린다. 그러나 장은 균이 들어 있는 음식에 대해 격렬한 거부 반응을 보인다. 장의 신경세포는 들어온 음식이 안전한지 아닌지 판단하여 안전하지 않을 경우에는 즉시 구토나 설사를 일으킨다. 인간의 몸을 중독으로부터 최대한 빨리 보호하려는 반응인 것이다. 

또한 뇌사상태에서도 장은 몇 십 년에 걸쳐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여 생명을 유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장이 완전히 죽어버리면 뇌의 활동도 완전히 정지해버리고 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이 그저 소화와 배설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하등한 기관이라고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간의 감정과 기분을 결정하는 물질 대부분 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만큼, 인간의 감정 변화에도 매우 깊이 관여하고 있는 고차원적 기관인 것이다. 인간의 행복과 애정을 결정짓는 세로토닌과 도파민만 보더라도 대부분 장에서 합성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스트레스와 장내 세균의 관계

생체는 유해한 스트레스는 받았을 때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을 통하여 장내 세균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스트레스가 장내세균총을 변화시키는 원리를 설명함에 있어 과거에는 면역기능의 억제나 장관운동의 변화를 통한 간접적인 영향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소화관 국소에서 방출되는 카테콜아민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카테콜아민에 노출된 대장균이 증식을 거듭하면서 장관 국소에 대한 공격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카테콜아민에 의해 병원성이 증강하는 효과는 대장균뿐만 아니라 다른 세균에서도 계속 확인되고 있다. 

스트레스는 장내세균총을 변화시킨다. 최근 들어 장내세균에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방출되는 카테콜아민의 수용체가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또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의 락슈미나라얀 이예르 박사 팀은 인간의 카테콜아민, 히스타민, 아세틸콜린 등 신경전달물질의 합성에 관련된 효소가 세균으로부터 인간에게 직접 전달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원래 세균 사이의 정보전달에 쓰던 물질이 '생물계'를 넘어서 그 숙주인 인간에게까지 작용한다는 것이다. 즉, 인간은 세균과 수많은 신경전달물질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뇌에 세로토닌이 부족해지면 우울증에 걸린다. 그런데 이 세로토닌도 원래는 장내세균 사이의 정보전달 물질이었다. 진화를 거듭한 결과, 강장동물 사이의 핵심 전달물질로 기능하던 세로토닌은 이제 인간의 체내에서도 합성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바로 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몸에는 세로토닌이 약 10밀리그램 있는데, 이중 90%는 장 점막의 크롬 친화성 세포 속에 존재한다. 여기서 합성된 세로토닌은 장 등의 근육에 작용하여 소화관의 운동을 돕는다. 그 외 나머지 8%는 혈소판에 흡수되어 혈액 속에 떠다니면서 필요에 따라 쓰인다. 

따라서 뇌에 존재하는 세로토닌은 그 나머지인 2% 정도에 불과하지만 시상하부, 대뇌 기저핵, 연수 봉선핵 등에 고농도로  분포하면서 인간의 정신활동에 크게 관여하고 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부족해지면 우울증 등의 마음의 병을 일으키기도 하는 것이다. 

우울증은 뇌에서 세로토닌이 부족할 때 생긴다. 체내에서 세로토닌을 합성하기 위해서는 고단백 식품 등을 통해 트립토판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트립토판을 많이 섭취해도 장내세균이 균형 있게 존재하지 않으면 정작 세로토닌은 뇌까지 제대로 도달할 수 없다. 그건 세로토닌의 전구체를 뇌에 보내는 역할을 장내세균이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장내세균은 세로토닌의 합성에 관여하는 비타민B6, 니코틴산, 엽산 등을 합성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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